내년 예산요구서에 영상 항목을 새로 넣거나 금액을 늘리려는 담당자가 가장 흔하게 쓰는 문장은 홍보영상 제작이 필요합니다입니다. 그리고 그 문장은 대체로 삭감됩니다.
결론부터 말합니다. 예산요구서를 통과시키는 것은 필요성 서술이 아니라 지난 1년치 기록입니다. 올해 만든 영상이 어디에 몇 번 쓰였는지, 만들지 못해서 대신 지출한 금액이 얼마인지, 요구 금액이 어떤 항목으로 쪼개지는지가 숫자로 적혀 있어야 심사가 진행됩니다.
문제는 이 기록이 예산요구서를 쓰는 시점에는 이미 수집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재생수는 채널 통계에 남아 있지만, 영업팀이 그 영상을 미팅에서 몇 번 틀었는지, 급해서 외부 영상을 얼마에 사 왔는지는 물어볼 사람이 기억하고 있을 때만 확인됩니다. 이 글은 예산요구서를 쓰기 전에 모아 두어야 할 자료를 항목별로 정리한 글입니다.
1. 내 조직의 마감이 언제인지부터 확인합니다
8월에서 9월 사이가 예산 시즌이라는 말은 조직에 따라 맞기도 하고 이미 늦기도 합니다. 예산 편성 일정은 소속에 따라 근거 법령이 다르고, 마감도 다릅니다.
| 소속 | 근거 | 확인된 일정 |
|---|---|---|
| 중앙행정기관 | 국가재정법 제29조 | 다음 연도 예산안편성지침을 매년 3월 31일까지 각 중앙관서의 장에게 통보 |
| 중앙행정기관 | 국가재정법 제31조 | 각 중앙관서의 장은 예산요구서를 매년 5월 31일까지 제출 |
| 정부 전체 | 국가재정법 제33조 | 정부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 (2027회계연도라면 2026년 9월 초) |
| 시·도 | 지방자치법 제142조 제1항 | 예산안을 회계연도 시작 50일 전까지 지방의회에 제출 |
| 시·군·자치구 | 지방자치법 제142조 제1항 | 예산안을 회계연도 시작 40일 전까지 지방의회에 제출 |
| 지방의회 의결 | 지방자치법 제142조 제2항 | 시·도의회는 회계연도 시작 15일 전까지, 시·군·자치구의회는 10일 전까지 의결 |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위 날짜가 전부 조직 대 조직의 마감이라는 점입니다. 담당자가 부서 예산요구서를 재무·기획 부서에 넘기는 내부 마감은 그보다 훨씬 앞에 있습니다. 중앙행정기관 소속이라면 5월 31일 법정 마감을 기준으로 내부 취합이 봄에 끝나므로, 7월 말에 시작하는 준비는 2027년이 아니라 그다음 해를 겨냥한 것이 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사정이 다릅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이 시달된 뒤 부서별 요구와 심의가 진행되고, 그 결과가 11월 중순에 의회로 넘어갑니다. 다만 2027년도 기준 훈령의 공포 여부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게시된 최신 버전은 2025년 7월 31일 시행된 행정안전부훈령 제404호(2026년도 기준)입니다. 소속 기관의 예산 부서에 시달 여부와 부서 요구 마감일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민간기업의 예산 편성 일정은 결산월과 이사회 일정에 따라 조직마다 다릅니다. 다만 회계연도가 1월에 시작하는 조직이라면 하반기 어느 시점에 다음 해 사업계획과 예산요구를 준비하게 되고, 그 시점에 아래 자료가 준비돼 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2. 예산 부서가 실제로 확인하는 세 가지
예산 심사자는 영상의 필요성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확인 가능한 것만 봅니다.
- 작년에 승인한 예산으로 무엇이 남았는가. 집행률이 아니라 산출물과 그 산출물의 사용 이력입니다.
- 승인하지 않으면 무엇이 발생하는가. 불편이 아니라 대체 지출 또는 중단되는 업무입니다.
- 왜 하필 이 금액인가. 총액이 아니라 그 총액을 구성하는 항목입니다.
세 질문 모두 작문으로는 답이 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는 활용 이력표, 두 번째에는 지출 전표, 세 번째에는 항목별 단가표가 있어야 합니다. 중요합니다, 필수적입니다, 트렌드입니다 같은 표현은 세 질문 어디에도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심사에서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여기서 말하는 심사자는 조직 내부의 재무·예산 부서입니다. 지원사업 운영기관에 내는 재신청 서류와는 요구하는 증빙의 성격이 다릅니다. 운영기관은 사업 목적 달성 여부와 정산 적법성을 보고, 내부 예산 부서는 조직 자원의 배분 우선순위를 봅니다. 지원사업 쪽 증빙을 준비해야 한다면 내년에 또 선정되는 기업은 올해 영상에서 무엇을 남겼을까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3. 지금 모아야 할 근거자료 6종
아래 여섯 가지가 예산요구서 본문과 첨부의 뼈대가 됩니다. 오른쪽 칸은 그 자료가 없을 때 심사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 근거자료 | 수집 대상 | 어디서 나오나 | 없으면 |
|---|---|---|---|
| 1. 올해 제작물 활용 이력표 | 영상별 제작비, 게시처, 게시일, 조회수, 마지막 사용일 | 유튜브 스튜디오, 웹 분석 도구, 홈페이지 CMS, 사내 공유 드라이브 | 만들어 놓고 안 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답할 자료가 없음 |
| 2. 활용처별 사용 건수 | 전시·박람회 상영, 영업 미팅 첨부, 채용설명회, 입점·제안 문서 삽입 횟수 | 부서별 회신, 행사 결과보고서, 영업 활동 기록 | 제작비 총액만 보여 단가가 비싸 보임. 분모가 드러나지 않음 |
| 3. 만들지 못해서 생긴 지출 | 외부 영상·스톡 구매액, 재촬영비, 급행 발주 할증분, 대응하지 못한 요청 건수 | 카드 전표, 지출결의서, 거절했던 요청 메일 | 증액 요구가 희망 사항으로만 남음 |
| 4. 금액 적정성 비교 자료 | 유사 기관·동종업계의 영상 보유 현황, 공공 용역 공고의 추정가격 범위 | 공개 채널, 조달 공고문, 사업 결과보고서 | 요구 금액이 적정한지 판단할 좌표가 없어 관행대로 삭감됨 |
| 5. 항목별 단가로 분해한 견적 | 기획, 촬영 일수, 편집, 그래픽, 자막·더빙, 납품본 수량별 단가 | 제작사 2~3곳의 견적서 | 총액만 있으면 예산 부서가 깎을 칸을 스스로 정하게 됨 |
| 6. 내년 사업계획과의 연결선 | 내년 예정 행사·신제품·채용·수출 일정과 각 일정에 필요한 영상 | 부서 사업계획 초안, 연간 일정표 | 내년에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답이 없음 |
여섯 가지 중 1번과 3번이 가장 자주 비어 있습니다. 두 자료 모두 시간이 지나면 복원이 안 되는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조회수는 나중에도 조회되지만, 어느 부서가 어떤 자리에서 그 영상을 썼는지는 담당자가 바뀌면 사라집니다. 활용 지표를 처음부터 남기는 방법은 홍보영상 KPI를 UTM과 GA4로 문의까지 연결해 측정하는 법에 정리돼 있습니다.
4. 만들지 못해서 생긴 비용을 숫자로 적는 법
증액 요구에서 가장 힘이 센 자료는 성과가 아니라 대체 지출입니다. 성과는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지출은 전표가 있습니다.
수집 대상은 대체로 다음 다섯 가지입니다.
| 항목 | 확인 방법 | 요구서에 적는 형태 |
|---|---|---|
| 외부 영상·스톡 구매 | 카드 전표, 구독 결제 내역 | 건수와 합계액. 어떤 용도로 대체했는지 한 줄 |
| 재촬영·재편집 | 추가 발주 계약서, 변경 계약 | 원인(자산 부재, 규격 불일치)과 추가 금액 |
| 급행 발주 할증 | 견적서 두 건 비교 | 통상 일정 견적과 단축 일정 견적의 차액 |
| 외부 대행 자막·번역 | 지출결의서 | 자체 자산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금액 |
| 대응하지 못한 요청 | 요청 메일, 회의록 | 건수. 금액을 추정하지 말고 건수만 적습니다 |
마지막 항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응하지 못한 요청을 기회 손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심사에서 가장 먼저 공격받습니다. 근거가 추정이기 때문입니다. 요청 12건 중 4건은 사용 가능한 영상이 없어 진행하지 못했습니다처럼 건수와 사실만 적는 편이 훨씬 강합니다. 숫자를 지어내는 순간 나머지 다섯 자료의 신뢰도까지 함께 떨어집니다.
금액의 좌표가 잡히지 않는다면 영상 제작비가 80만원대와 1,500만원대로 갈리는 이유에서 우리 요구안이 어느 계층에 속하는지 먼저 확인하면, 4번 비교 자료를 만들기 쉬워집니다.
5. 내년 사업계획과 연결하는 한 줄
예산 부서가 영상 항목을 단독으로 판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승인이 확정된 다른 사업에 붙어 있을 때 통과 확률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요구서에는 영상 자체의 목적이 아니라, 내년에 이미 잡혀 있는 일정과의 연결선을 적습니다.
- [ ] 내년에 확정된 행사·전시·박람회 일정을 먼저 나열합니다. 각 일정에 어떤 영상이 필요한지 옆에 적습니다.
- [ ] 출시 예정 제품이나 신규 사업이 있으면 그 사업의 예산 항목과 영상 항목을 같은 줄에 둡니다.
- [ ] 채용, 수출 상담회, 투자 유치처럼 다른 부서가 주관하는 일정도 포함합니다. 공동 소요는 삭감 저항력이 큽니다.
- [ ] 각 줄에
이 영상이 없으면 그 일정에서 무엇을 대신 써야 하는가를 한 줄로 붙입니다.
이 표가 완성되면 요구 금액이 홍보영상 제작비 일식이 아니라 3월 전시용 1편, 6월 신제품 1편, 9월 채용용 1편으로 분해됩니다. 분해된 금액은 통째로 삭감하기 어렵습니다. 일부만 조정되고 나머지는 남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6. 첨부 문서 형태로 정리하기
수집한 자료를 그대로 붙이면 읽히지 않습니다. 예산 부서가 실제로 넘겨보는 형태는 대체로 세 장입니다.
| 문서 | 담을 내용 | 분량 |
|---|---|---|
| 1장. 요구 개요 | 요구 금액, 분해된 산출물 목록, 각 산출물이 붙는 내년 일정 | 한 장 |
| 2장. 근거 | 올해 활용 이력표 요약, 대체 지출 합계, 비교 자료 | 한 장 |
| 3장. 산출 근거 | 항목별 단가로 분해한 견적 요약 | 한 장 |
3장이 가장 자주 빠집니다. 그런데 예산 부서 입장에서 총액만 적힌 요구는 검토가 불가능하고, 검토가 불가능한 요구는 관행대로 전년 대비 일정 비율로 조정됩니다. 반대로 항목별 단가가 있으면 조정이 항목 단위로 이뤄지므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양보할지 담당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견적을 항목 단위로 받는 요청 방법은 영상 제작 견적 비교, 항목별 단가로 나눠 보는 법에, 확보한 예산을 항목에 나누는 기준은 중소기업 홍보영상 예산 배분 체크리스트에 정리돼 있습니다.
한 가지 구분해 둘 것이 있습니다. 이 글은 내년 예산을 배정받는 단계를 다룹니다. 배정된 예산으로 결재를 올리는 단계는 영상 제작 예산 내부 품의서 작성법이고, 이미 확보한 올해 예산을 연내에 집행하려면 12월 납품·검수·대금 지급에서 역산한 계약 마감일이 필요합니다. 세 단계는 서류도 심사자도 다릅니다.
FAQ
올해 영상을 한 편도 만들지 않았으면 활용 실적표를 쓸 수 없지 않나요?
그 경우에는 3번 자료가 1번을 대신합니다. 영상이 없어서 대신 지출한 금액과 대응하지 못한 요청 건수가 곧 근거가 됩니다. 신규 항목 요구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더 자주 통합니다. 활용 실적이 없다는 사실 자체를 감추려 하면 요구서 전체가 희망 사항으로 읽히므로, 없는 것은 없다고 적고 대체 지출로 자리를 채우는 편이 낫습니다.
제작사에 견적을 받으려면 사양이 확정돼야 하는데, 예산 편성 단계에서는 아직 미정입니다
미정 상태로도 견적 요청은 가능합니다. 예산 편성용이라고 밝히고 가정한 조건을 명시해 달라고 요청하면, 촬영 일수와 납품본 수량을 가정한 범위 견적이 돌아옵니다. 이때 총액 한 줄이 아니라 항목별 단가로 나눠 달라고 요청해야 예산요구서 3장에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확정 견적은 예산이 배정된 뒤 사양을 좁혀서 다시 받으면 됩니다.
예산요구서에 조회수를 쓰면 설득력이 있나요?
단독으로는 약합니다. 조회수는 광고 집행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져 비교 기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같은 자료라도 조회수 3만보다 영업 미팅 22회 첨부, 전시 3회 상영, 채용 페이지 상시 게시가 예산 부서에는 더 명확하게 읽힙니다. 조회수는 활용 이력표의 한 칸으로만 두고, 주된 근거는 사용 건수와 대체 지출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자체 예산은 안 잡아도 되지 않나요?
선정 여부가 확정되기 전에 예산 편성이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대부분의 지원사업은 자부담 비율이 있고,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산출물(추가 편집본, 번역, 갱신 촬영)이 생깁니다. 지원사업을 전제로 자체 항목을 0으로 두면 선정 이후에 자부담과 비대상 항목을 감당할 재원이 없어집니다. 자부담분과 비대상 항목만이라도 별도 줄로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자료를 모으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부서 회신을 받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활용처별 사용 건수는 영업·인사·행사 담당 부서에 물어봐야 하고, 회신은 대개 한 번에 오지 않습니다. 지출 전표 확인과 견적 수령을 포함하면 실무적으로 3~4주를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내부 요구서 마감이 정해져 있다면 그 시점에서 역산해 부서 회신 요청을 가장 먼저 보내야 합니다.
다음 결정
지금 할 일은 요구서를 쓰는 것이 아니라 회신을 요청하는 메일 한 통을 보내는 것입니다. 영업·인사·행사 담당 부서에 올해 우리 영상을 어디에 몇 번 썼는지를 묻는 메일이 가장 오래 걸리고, 나머지 자료는 담당자 혼자 정리할 수 있습니다.
견적은 그다음입니다. 예산요구서에 붙일 견적은 총액이 아니라 항목별 단가로 분해된 형태여야 하고, 이 형태는 요청할 때 명시하지 않으면 대체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VDOLAB의 경우 문의를 받으면 이틀 안에 1차 제안서를 보내는데, 여기에는 기획 방향 A안과 B안이 각각 붙고 견적이 기획·촬영·편집·그래픽 등 항목별 단가로 분해돼 들어갑니다. 이 형태는 예산요구서의 산출 근거 장에 그대로 옮겨 붙일 수 있습니다. 수출바우처 수행기관과 중소기업 혁신바우처 공급기업으로 등록돼 있어 자부담과 지원 대상 항목을 나눈 형태로도 정리가 가능하고, 공공기관 수의계약과 정산 처리 경험이 10년간 축적돼 있어 공공 부문 요구서에 필요한 항목 구분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제작사에 요청하든, 견적을 받을 때 예산 편성용이며 항목별 단가로 분해해 달라는 한 줄만 붙여 두면 요구서 세 장 중 한 장이 그 자리에서 완성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