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제작에서 AI를 어디까지 쓰는 게 맞을까에서 AI를 쓰면 안 되는 네 지점 중 하나로 동의 없이 특정인의 얼굴이나 음성을 생성하는 것을 짚었습니다. 재직자든 퇴직자든 마찬가지이고, 과거 촬영 원본이 있더라도 별도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항목을 실제 상황으로 풀어 봅니다. 직원이 퇴사한 뒤에도 그 사람이 나온 홍보영상을 계속 쓸 수 있는가, 그리고 얼굴이나 음성 일부를 AI로 바꿔서 재사용해도 되는가.
결론부터 말합니다. 두 질문은 확인해야 할 문서가 다릅니다. 기존 영상을 계속 쓸 수 있는지는 촬영 당시 받은 출연 동의서의 사용 기간과 매체 범위에 달려 있고, AI로 얼굴이나 음성을 새로 만들어 대체하는 것은 그 동의서와 무관하게 별도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라 발주 담당자가 실무에서 확인할 순서를 정리한 글이며, 실제 분쟁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야 합니다.
1.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질문입니다
재촬영 예산이 없으니 있는 영상을 계속 쓰자와 얼굴만 다른 사람처럼 바꿔서 쓰자는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 질문 A. 기존 영상을 그대로 계속 쓴다. 이미 촬영이 끝나 있고, 편집도 그대로입니다. 확인할 것은
그 사람이 언제까지, 어디에 쓰이는 것까지 동의했는가입니다. - 질문 B. AI로 얼굴이나 음성을 대체해서 쓴다. 원본 촬영 동의가 있더라도, 그 사람이 하지 않은 말이나 표정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은 원본 동의의 연장이 아니라 별도의 생성 행위입니다.
두 질문을 하나로 묶어 이 정도는 괜찮겠지로 넘기면 판단이 흐려집니다. A는 계약서를 다시 펴서 확인하면 되는 문제이고, B는 계약서에 그런 조항이 애초에 없었을 가능성이 높은 문제입니다.
이 장면을 언제까지, 어디에 쓸 것인지가 이미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참조영상링크2. 초상권·음성권 법리에서 확인되는 것
한국 법원은 사진이나 영상 촬영에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이후의 모든 사용까지 자동으로 허락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0다103185 판결은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동의 당시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 공표하려면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허용 범위를 벗어났는지는 동의하게 된 경위, 공표 목적, 거래 관행, 당사자의 지위 등을 종합해 판단하고, 동의 범위 안이었다는 점은 촬영자나 공표자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이 법리를 고용 관계에 그대로 대입하면, 재직 중 홍보영상 촬영에 응한 것을 회사에 다니는 동안으로 한정해 해석할 여지가 큽니다. 실제로 2024년에는 게임 개발사 홍보용 메이킹 필름에 출연했던 전 직원이 퇴사 후에도 영상이 계속 게시되면서 신상이 노출되고 악성 댓글에 시달리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했고, 위원회가 접속차단을 의결한 사례가 보도됐습니다. 이 사례는 법원 판결이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 심의 결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둡니다. 다만 재직 중 암묵적으로 동의한 출연 영상이 퇴사 후 계속 게시되면서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실제 사례입니다.
확인 안 되는 부분도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퇴사자 영상의 계속 사용 자체만을 다룬 대법원 판례가 별도로 확립되어 있는지는 이번 확인 범위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2010다103185 판결은 초상권 동의 범위에 관한 일반 법리이고, 이를 고용 종료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지는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무게중심은 소송이 되는가가 아니라 계약서에서 무엇을 미리 정해 두어야 하는가로 옮겨 두었습니다. 이 부분이 실무에서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3. AI로 얼굴·음성을 대체하는 것은 왜 별도 문제인가
질문 B, 즉 AI로 얼굴이나 음성을 생성해 대체하는 것은 초상권 동의 범위의 문제에 더해 표시 의무 문제가 하나 더 붙습니다.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 중인 인공지능기본법 제31조는 딥페이크성 결과물, 즉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사람의 얼굴이나 음성을 생성·변경한 결과물에 대해 사람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방식의 고지·표시 의무를 규정합니다. 위반 시 시정명령과 함께 최대 3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제도 시행 초기 혼선을 고려해 상당 기간 계도기간을 운영하고, 이 기간 동안에는 과태료 부과와 사실조사를 원칙적으로 유예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발표됐습니다. 표시 의무의 적용 방식과 예외는 AI 홍보영상 공개 체크리스트에서 법상 의무 주체 기준으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표시 의무를 지켰다고 해서 초상권·음성권 동의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두 의무는 층위가 다릅니다. 표시 의무는 이 장면이 AI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시청자가 알 수 있는가를 다루고, 초상권·음성권은 그 사람이 이렇게 쓰이는 것에 동의했는가를 다룹니다. AI로 딱지를 붙였다고 해서 당사자 동의 없이 그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새로 생성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4. 지금 있는 출연 동의서에서 확인할 것
재촬영 대신 기존 영상을 쓰려는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새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받아 둔 동의서를 다시 펴 보는 것입니다. 아래 항목이 비어 있거나 모호하면 그 범위만큼은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확인 항목 | 확인할 문장 | 명시가 없을 때 |
|---|---|---|
| 사용 기간 | 촬영일로부터 몇 년, 또는 재직 기간까지인가 | 기간 제한이 없으면 무기한 동의로 해석되기보다 다툼의 소지로 남습니다 |
| 매체 범위 | 유튜브·홈페이지·전시·광고 등 어디까지 포함하는가 | 새 매체에 올릴 때마다 범위를 벗어났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 퇴사 시 처리 | 퇴사하면 자동 만료인지, 별도 협의 대상인지 | 재직 중 동의로만 한정해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
| 재편집·2차 활용 | 발췌본, 자막 추가, 다른 영상에 재사용 가능 여부 | 원본 그대로만 허용되고 재가공은 별도 동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 철회 절차 | 당사자가 삭제나 중단을 요청할 때의 처리 방법 | 절차가 없으면 요청이 들어왔을 때 대응이 늦어집니다 |
| AI 활용 여부 | 얼굴·음성을 AI로 변형·생성하는 것을 포함하는가 | 원본 촬영 동의와 별개로 새로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
동의서에 이 항목들이 이미 명시돼 있다면 그 범위 안에서는 계속 사용할 근거가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항목이 비어 있거나 홍보 목적으로 사용에 동의함 한 줄뿐이라면, 그 한 줄이 퇴사 후 몇 년까지, 어떤 매체까지를 가리키는지는 다시 확인이 필요한 회색 지대로 남습니다.
매체 범위와 재편집 허용 여부가 동의서에 있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참조영상링크5. 다음 계약에서는 이 조항을 미리 넣어 두세요
지금 확인이 애매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음 제작부터는 출연 동의서를 촬영 당일 급하게 받는 서류가 아니라 계약서의 부속 문서로 미리 설계하는 것이 낫습니다.
- 사용 기간을 구체적인 연수로 못 박습니다.
재직 기간대신촬영일로부터 3년처럼 퇴사 여부와 무관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씁니다. - 매체와 채널을 나열합니다.
홍보 전반이 아니라 유튜브 본편, 숏폼, 홈페이지, 전시, 유료 광고 집행 등 실제 쓸 채널을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 퇴사 시 처리 방식을 별도 문장으로 둡니다. 자동 만료로 할지, 통보 후 일정 기간 사용 가능으로 할지를 미리 정해 두면 담당자가 바뀌어도 판단 기준이 남습니다.
- AI 활용 가능성을 원본 촬영 동의와 분리해 명시합니다. 향후 편집이나 AI 보정 과정에서 얼굴·음성을 변형·생성할 계획이 있다면 그 범위를 원본 촬영 동의와 별도 항목으로 적습니다.
- 철회 요청 시 처리 절차를 적어 둡니다. 요청 접수 창구와 처리 기한을 미리 정해 두면 실제 요청이 왔을 때 대응이 빨라집니다.
이 항목들은 영상 제작 계약서 체크리스트의 저작권·원본 파일 조항과 같은 계약서 안에서 함께 정리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AI 활용이 예정된 프로젝트라면 AI 홍보영상 계약서에서 검수 책임과 사용권을 나누는 법도 함께 참고할 만합니다.
6. 영상은 남는데 계약은 남지 않는 문제
이 글의 배경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영상 파일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영상을 어떻게 써도 되는지에 대한 기억과 서류는 담당자 교체와 함께 흐려집니다. 납품 6개월 뒤, 그 영상은 어디에 있나에서 다룬 인수인계 누락 경로가 여기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계약 시점에 산출물 목록과 사용 조건이 개인이 아니라 조직 문서로 남아 있어야, 담당자가 바뀌어도 이 영상, 이 사람 얼굴, 계속 써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습니다.
FAQ
재직 중 촬영에 동의했으면 퇴사 후에도 계속 써도 되나요?
동의서에 사용 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다면 안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10다103185 판결의 법리에 따르면 촬영 동의는 동의 당시 허용한 범위 안에서만 유효하고, 그 범위를 벗어난 사용에는 별도 동의가 필요합니다. 재직 중 암묵적으로 이뤄진 동의는 재직 기간으로 한정해 해석될 여지가 크므로, 퇴사 후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면 동의서에 기간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동의서에 사용 기간이 아예 적혀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기간이 없다고 무기한 사용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경우 동의 당시의 목적과 정황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 회색 지대가 됩니다. 실무적으로는 퇴사자에게 재사용 여부를 다시 확인하거나, 문제 소지가 있는 장면만 발췌해 새로 촬영·편집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AI로 얼굴이나 음성만 바꾸면 초상권 문제가 사라지나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별도의 동의가 필요한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원본 촬영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그 사람이 하지 않은 말이나 표정을 AI로 새로 만들어 내는 것까지 허락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더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결과물이라면 인공지능기본법상 표시 의무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퇴사자가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면 바로 조치해야 하나요?
법적 의무 여부와 별개로, 요청이 들어오면 우선 접수하고 협의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 동의서에 철회 절차가 정해져 있다면 그 절차를 따르고, 정해진 것이 없다면 어떤 장면이 문제가 되는지, 어느 매체에서 내려야 하는지를 당사자와 먼저 확인한 뒤 처리 범위를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미 계약이 끝난 옛날 영상은 지금이라도 동의서를 다시 받아야 하나요?
퇴사자가 아직 연락 가능한 상태이고 사용을 계속할 계획이라면, 사용 기간과 매체 범위를 명시한 재확인 서면을 받아 두는 편이 다음 분쟁을 줄입니다. 연락이 어렵거나 관계가 이미 정리된 경우라면, 그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의 노출 범위를 줄이거나 재촬영을 검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다음 결정
지금 쓰고 있는 홍보영상에 퇴사자가 나온다면, 계속 써도 되나를 판단하기 전에 동의서부터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찾아서 4절의 여섯 항목과 대조해 보면 지금 위험한 범위인지 아닌지가 대부분 가려집니다.
다음 제작부터는 이 조항을 계약 단계에서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재촬영 비용을 아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공공기관·바우처 사업처럼 서류 요건이 까다로운 프로젝트를 10년 넘게 수행해 온 제작사는 출연자 목록, 동의 범위, 산출물 사용 조건을 계약서와 촬영 콘티 단계부터 함께 관리하는 데 익숙합니다. VDOLAB의 경우 기획·촬영·편집·검수를 외주 없이 한 팀에서 완결하기 때문에, 몇 년 뒤 이 장면 계속 써도 되나요라는 질문이 나와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촬영했는지를 같은 팀 안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 제작을 의뢰할 계획이라면 견적 단계에서 출연 동의서 항목을 함께 물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