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납품받고 몇 달이 지나면 한 번쯤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없네요." 그리고 그 뒤에 조용히 따라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누가 잘못한 걸까.
이 질문은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영상이 기대만큼 안 됐다고 제작사 탓이라 하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획안도, 스토리보드도, 최종본도 발주사가 확인하고 승인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대 방향도 똑같습니다. 영상이 잘 됐을 때 그 공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지도 아무도 모릅니다. 제품이 원래 좋았을 수도, 타이밍이 맞았을 수도, 영상이 잘 만들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성과가 좋을 때 공을 가릴 수 없으면서 나쁠 때만 탓을 가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잘 됐을 때 누구 공인지 모른다면, 안 됐을 때도 누구 탓인지 모르는 것이 맞습니다.
영상은 한 사람이 만들어 넘기는 물건이 아니라 단계마다 함께 확인하며 좁혀 온 결과물입니다. 참조영상링크
1. 영상은 혼자 만들어 넘기는 물건이 아닙니다
제작 과정을 되짚어 보면 결정 지점이 여러 번 있습니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 — 발주사가 정합니다
어떤 순서로 말할 것인가 — 제작사가 제안하고 발주사가 확정합니다
어떤 장면을 넣을 것인가 — 스토리보드에서 함께 확인합니다
최종본을 승인할 것인가 — 발주사가 결정합니다
이 네 지점 모두에 발주사의 판단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물은 어느 한쪽의 작품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성과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한쪽을 지목하게 됩니다. 예산을 집행한 쪽에서는 "우리가 돈을 냈으니 결과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만든 쪽에서는 "승인받은 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사실입니다.
2. 성과가 좋았을 때를 먼저 떠올려 보십시오
이 문제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반대 상황을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영상을 올렸더니 문의가 두 배로 늘었다고 가정해 봅니다. 이때 원인은 무엇일까요.
가능한 원인
확인할 수 있나
영상이 잘 만들어졌다
확인 불가
제품이 원래 경쟁력이 있었다
확인 불가
시장 타이밍이 맞았다
확인 불가
같은 시기에 다른 홍보를 했다
부분적으로만
경쟁사가 마침 문제가 있었다
확인 불가
한 줄도 확실하게 답할 수 없습니다. 같은 영상을 안 만들었을 때의 결과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과가 나빴을 때는 이상하게도 원인이 하나로 보입니다. 눈앞에 있는 것이 영상 하나뿐이라 그렇습니다. 실제로는 잘 됐을 때만큼이나 원인이 흩어져 있습니다.
3. 그래서 탓 대신 무엇을 봐야 하나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다음에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
이건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과 완전히 다른 작업입니다. 누가 잘못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에 무엇을 바꿀지는 정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특정하는 대신 다음 회차에서 바꿀 것을 고르는 편이 실제로 남는 것이 많습니다. 참조영상링크
바꿀 수 있는 것을 순서대로 놓으면 이렇습니다.
어디에 놓았는가 — 만들어 두고 홈페이지 아래쪽에만 걸어 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몇 곳에서 쓰였는가 — 한 곳에만 있으면 그 한 곳의 방문자 수가 곧 한계입니다
몇 개로 나뉘었는가 — 본편 하나만 있는지, 짧은 파생본이 있는지
무엇을 하게 만들려 했는가 — 목표 행동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는지
그다음에야 영상 자체를 봅니다
다섯 번째까지 오기 전에 대부분 앞의 네 줄에서 바꿀 것이 나옵니다. 그리고 앞의 네 줄은 다시 만들지 않고도 손볼 수 있습니다.
4. 다시 만들기 전에 확인할 것
"효과가 없으니 다시 만들자"는 판단은 가장 비싼 선택입니다. 그 전에 확인해 볼 것이 있습니다.
확인
손볼 수 있나
비용
노출되는 자리를 늘린다
가능
없음
본편에서 짧은 파생본을 뽑는다
대개 가능
재편집 비용
자막·문구만 바꾼다
클린본이 있으면 가능
소액
앞 15초만 다시 만든다
원본이 있으면 가능
부분 비용
전체를 다시 만든다
가능
전액
세 번째와 네 번째 줄이 가능한지가 크게 갈립니다. 납품받을 때 자막 없는 클린본과 촬영 원본을 함께 받아 두셨다면 적은 비용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홍보영상 납품받을 때 클린본과 원본을 함께 받아야 하는 이유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전체를 다시 만들기 전에 지금 자산에서 손볼 수 있는 범위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참조영상링크
5. 다음 발주에서 미리 정해 둘 것
성과 이야기가 나중에 어려워지는 이유는 처음에 무엇을 성과로 볼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상으로 무엇이 일어나면 성공인가 — 문의, 자료 요청, 영업 자료 활용, 심사 통과
그것을 어디서 확인할 것인가 — 상담 폼, 통화 기록, 담당자 회신
언제 볼 것인가 — 한 달 뒤인지 분기 뒤인지
비교 대상이 있는가 — 영상 없이 진행한 같은 기간이 있는지
네 줄 모두 미리 정하기 어렵다면 첫 줄만이라도 문장으로 적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나중에 "효과가 없었다"는 말을 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말인지가 분명해집니다.